The Lotus(2014~)
 
꽃같이 본디 누구나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은 식상하다는 생각에
피사체로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잘 보려 하지 않고 외면당하거나
소소하고 사소함 속에 숨겨진 특별함을 찾아내는 것에 매력을 느꼈고 
그것을 추상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시를 쓰듯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자 즐거움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마치 그 곳만이 다른 세상인듯
민가속에 녹아든 연잎으로 가득한 연못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연꽃은 누가 보아도 아름답고 우아한 매력이 흐르는, 내가 구태여 외면해왔던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 마주했던 풍경이 주었던 이질감과 몽환적인 느낌에 나는 하릴없이 매료되었고
여름부터 늦가을까지는 연꽃을 찾아다니는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기를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를 매료했던 연꽃은 어느새 다시 식상함으로 시들어가기 시작했고
나의 연蓮을 다시 피워내기 위해서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재해석할 필요가 있었다.
색色’에서 실마리를 찾아 여러 시도를 거쳐
구상 속의 추상을 이끌어내어
초여름 어느 날 나를 매료했던,
그 이질감과 몽환을 재현해 낸 순간
연蓮은 내게 태평화太平花로 다가왔다.
피어난 자리에 씨앗을 떨구어
같은 자리에서 또 다시 피고 지기를 반복하듯 
나의 연은 태평화의 의미를 품고
끊임없는 색의 가감과 뒤틀림 속에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길 반복한다
존재하지만 실존하지 않는 천상의 꽃으로서
보다 이질적이고 몽환적인 색으로 깊어져
영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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